이 영화는 1954년도 아카데미상 의 12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작품상, 감독상(프레드 진네만), 남우조연상 (프랭크 시나트라), 여우조연상(도나 리드), 각색상, 응향상, 촬영상, 편집상 등의 8개 부문을 석권한 명작이다.
버지니아의 한 부대에서 나팔수로 있던 프루잇(몽고메리 클리프트 분)은 갓 전입한 사병이 중사가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1급 나팔수가 되자 그를 때려눕히고 하와이의 스코필드부대로 전입을 오게 된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배경은 일본군이 진주만을 공습하기 직전인 1941년의 하와이다.
거기서 전에 안면이 있었던 이탈리아계 미국인 매지오(프랭크 시나트라 분)를 만나게 되고 이 부대의 권투부 코치인 중대장 홈즈 대위가 소령으로 진급을 하고 싶어서 군인끼리 싸우는 권투 시합에서 권투를 잘하는 부하를 출전시키려는 의도로 자신을 이 부대로 전입을 오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는 예전에 자신이 스파링 도중에 상대방을 실명하게 한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으로 앞으로는 절대로 권투를 하지 않기로 맹세했다는 것을 천명한다.
권투 선수인 하사관들은 홈즈 대위의 명령으로 그를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서 괴롭히는데 프루잇은 그게 자신이 한 사람을 실명하게 만든 벌로 생각하는 양 감정을 억누르며 부당한 처우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가끔 매지오가 그를 도와주지만 조그만 위로가 될 뿐,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
한편 이 부대의 워든 중사(버트 랭카스터 분)는 남편 홈즈 대위를 만나기 위해 영내를 출입하는 캐런(데보라 카 분)을 가끔 보게 되고 다른 사병의 입을 통해서 그녀가 남편이 이 부대로 오기 전에 다른 부대에 있을 때 남편의 부하들과 무수히 문란한 관계를 가졌었음을 듣게 된다.
그런 어느 날 워든은 중대장의 급한 서명을 핑계로 중대장의 자택으로 찾아가지만 홈즈는 없고 캐런만 있는데 술을 청해서 캐런과 함께 마시게 되고 그녀와 뜨거운 키스를 나누게 된다.
한편 프루잇은 매지오와 함께 외출을 해서 매지오의 소개로 여자들과 만나는 회원제 클럽에 가게 되고 그 클럽의 접대부인, 로린이라는 가명을 쓰고 있는 엘마(도나 리드 분)와 사귀게 된다. 그런데 그날 매지오는 클럽에서 오래도록 피아노를 치고 있는 영창 근위대 하사 저드슨(어니스트 보그나인 분)에게 시끄럽다며 처음으로 시비가 붙는다.
캐런과 두 번째 만남을 갖게 된 워든은 사람들이 없는 외딴 해변에서 함께 수영을 하고 키스를 나누다가 그녀가 왜 남편의 전 근무지에서 남편의 부하들과 무수하게 바람을 피웠는지 묻는다. 결국 그녀는 화를 내다가 결혼 초기에 임신해서 출산 직전에 남편에게 일찍 귀가해서 의사를 불러오라고 신신당부했었지만 상습적으로 바람을 피우던 남편이 그날도 새벽까지 바람을 피우다가 만취해서 귀가하여 의사도 불러오지 않고 곯아떨어져서 결국 사산을 하게 되고 영원히 임신을 하지 못하는 석녀가 됐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남편에 대한 복수로 여태까지 맞바람을 피우게 됐고 그에게만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됐노라고 고백한다. 군무도 게을리 하고 여전히 상습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상사 홈즈를 잘 아는 그는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고 더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한편 엘마에게 한눈에 반한 프루잇은 그녀에게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고 직업적으로 냉정하게 대하던 엘마도 순진한 그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해서 호젓한 특실에서 키스를 나누다가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 오래 사귀던 갑부의 자제에게 실연을 당한 후에 하와이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돈을 벌어서 고향으로 돌아가서 집을 한 채 지어서 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여기로 오게 됐다고 말한다. 그도 위스키를 가져온 매지오가 불쑥 던진 말에 호기심을 가지고 그녀가 그에 대해 묻자 자신이 권투 때문에 한 사람을 실명시키고 다시는 권투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부대에서 몇몇이 마음을 바꾸도록 그를 괴롭히고 있음을 말해 준다.
부대에서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프루잇을 괴롭히고 참다못한 프루잇은 발끈하지만 홈즈 대위는 명령 불복종으로 그를 영창에 보내려고 한다. 내심 프루잇을 아끼고 있는 워든은 아직도 프루잇을 설득해서 권투 시합에 내보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해서 영창 대신에 식당일 등의 잡역을 시키는 것으로 프루잇을 보호해 준다.
어느날 술집에서 저드슨이 프루잇을 모욕하자 매지오는 싸우려는 프루잇을 말리고 의자로 저드슨을 때린다. 저드슨은 칼을 빼 들고 살벌한 싸움이 예고되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워든의 도움으로 싸움은 중단되고 저드슨은 매지오에게 영창에 오게 될 날이 있을 것이라고 위협한다.
어느 날 권투를 하라는 압력의 하나로 외출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프루잇이 오랜만에 워든 중사의 도움으로 외출을 하게 되고 매지오는 그와 함께 외출하려고 하다가 늦장을 부리는 바람에 재수 없게도 아픈 사병 대신 외출을 하지 못하고 보초를 서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는 그 명령을 무시하고 부대를 빠져나와서 술을 마시다가 헌병에게 걸려서 붙잡혀 영창 6개월 형을 받게 된다.
한편 워든과 캐런은 결혼을 생각하게 되고 위든이 홈즈가 이혼은 해도 자기 대신 워든이 군무를 거의 다 처리해 주기 때문에 워든의 전임은 반대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하자 그녀는 그에게 장교 신청을 해서 소정의 교육을 받고 나서 장교가 되면 함께 홈즈를 떠나서 결혼해 살자고 제의한다. 워든은 그녀의 말대로 장교 신청 서류를 만들어 놓지만 정작 본인의 서명은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프루잇은 권투 선수인 갈로비치 하사가 시비를 걸어서 싸움을 하게 되고 갈로비치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여러 사람들의 증언으로 영창에 들어가는 것을 면하게 되는데 이 싸움을 멀찌감치서 보게 된 다른 중대의 지휘관들로 인해 프루잇이 부당하게 괴로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중대 외부로 새어 나가게 된다.
어느 날 밤, 워든과 프루잇이 맥주를 마시고 있을 때 저드슨의 보복성, 상습적인 무자비한 폭행에 시달리던 매지오가 영창에서 달아나서 그의 품에 안겨 죽게 된다.
그날 프루잇은 나팔수의 취침나팔을 빼앗아 들고 매지오의 죽음을 추모하는 진혼의 나팔을 구성지게 분다.
그리고는 외출해서 저드슨을 기다리다가 칼부림 끝에 저드슨을 죽이고 자신은 복부에 상처를 입고는 엘마의 집으로 찾아가서 부대에 복귀하지 않는다.
프루잇이 탈영을 한 후에 부대에서는 권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프루잇을 가혹하게 대우한 홈즈를 군사재판에 세우려고 하는데 그 전에 사직서를 제출해서 명예퇴직을 하면 군사재판을 면할 수 있다고 하자 결국 홈즈는 명예퇴직을 하고 만다.
홈즈가 명예퇴직을 하자 캐런은 워든에게 장교 신청건을 물어보지만 워든은 서류는 오래 전에 작성해 놓았지만 서명을 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그녀는 워든이 이미 군대와 결혼한 사람이라서 자신과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그를 떠나 홈즈를 따라가게 된다.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하자 프루잇은 나라를 위해서 엘마가 절대적으로 만류하고 복부의 상처가 다 낫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병영으로 돌아가지만 보초의 멈추라는 요구에 불응해서 사살되고 만다. 사랑하던 부하의 시신 앞에서 워든은 침통해진다.
캐런과 엘마가 서로 모르는 사이로 같은 배를 타고 하와이를 떠나서 미국 본토로 가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영화는 아주 오래 된 흑백 영화지만 평시의 군대의 속성을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으로서 주연 배우와 조연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 속에 개개인의 성격이 뚜렷하게 묘사되면서 사건들이 실화처럼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있다.
국가의 필요악으로 상시 유지되고 있는 군대가 전시가 아닌 평시에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그 문제점을 통렬히 지적한 이 영화는 자유가 제한되는 남자들만의 특수한 세계에서 벌어지는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일상을 유감없이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결코 군인을 영웅적으로 미화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솔직담백하게 묘파하고 있는 이 영화는 군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전우에의 인간애를 함께 지니고 있지만 군인으로서의 책임을 더 중시하는, 냉정하고 군인다운 성향의 워든을 통해서 군인이란 예로부터 개인의 신분을 떠나서 나라에 종속되어 청춘과 나아가서는 목숨까지도 바치는 게 당연시되는 소모품에 불과하고, 그래서 그들은 그에 부합되게 먹고 마시고 싸우고 불나비 같이 짧은 사랑을 즐기는 군사문화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한치의 가감도 없이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인간적이고 이타적이지만 끝내는 아군의 손에 사살되고 마는 프루잇, 유머 감각과 사교성은 좋지만 조직 생활에 알맞지 않는 극히 개인주의적인 성격으로 죽게 되는 매지오, 이 영화에서 폭력과 비극을 불러일으키는 최대의 악역인 폭력주의자 저드슨, 참다운 군인 정신에서 한참 벗어나 군대를 오직 출세와 쾌락 추구의 수단으로 삼는 저급하고 탐욕적인 쾌락주의자 홈즈 등 군인들의 전혀 다른 성격이 갈등하고 충돌하면서 사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절망적인 가정이지만 생활하기 위한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상습적인 바람둥이 남편을 떠나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영위하며 번민하는 캐런, 신분의 장벽을 깨지 못하고 실연해서 돈 때문에 고향과 멀리 떨어진 하와이에서 접대부 생활을 하며 겉껍데기 같은 외로운 삶 속에 프루잇의 순수한 사랑을 받아들이게 되는 엘마의 모습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군인들과 관계를 맺은 평범한 여성상이다.
매지오의 죽음으로 파국으로 치닫고 프루잇의 죽음으로 허무한 결말을 맺는 이 영화는 상관의 아내와 바람을 피우고 부하를 부당하게 괴롭히고 탈영하고 영창에서 유감이 있었던 전우를 때려죽이고 그 복수로 영외에서 살인을 하는 등 군대의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면들을 신랄하고 냉철하게 파헤치고 질타하고 있지만 카메라 앵글은 객관성을 잃지 않고 현실 긍정 속에 큰 질서는 그래도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조용히 웅변해 주고 있다.
나라의 필요악인 군대를 거울처럼 리얼하게 보여 주면서 그 부정적인 면모들까지 큰 틀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해 주는 제작의도와 명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은 시대의 장벽을 뛰어넘는 것이었다.